에우로파의 납치 (The Rape of Europa)
The Rape of Europa(1560-62), 티치아노
‘에우로파의 납치 ( 또는 에우로파의 강간)’는 베네치아화파의 대표적인 화가인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작품으로 그가 에스파냐의 왕 필립 2세를 위해 그리스로마 신화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 중 하나 입니다.
에우로파 공주의 아름다움에 반한 제우스는 헤라의 눈을 속이고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해 하얀 소로 변신했습니다. 이 사실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 에우로파는 하얀 소로 변한 제우스를 돌보다 자연스럽게 등에 올라타게 되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제우스는 에우로파가 등에 앉자마자 재빨리 바다를 건너 크레타 섬쪽으로 내달렸니다. 결국 제우스는 에우로파와 사랑을 나누게 되고, 그녀는 크레타 섬 최초의 여왕이 되었습니다. 대담하면서 자유롭게 구사된 붓터치, 밝은 색채 사용과 미묘하게 조절한 음영효과, 를등장한 이들의 개성적인 율동감은 이 그림은 티치아노의 여술적인 재능과 함께 베네치아 화풍을 유감없이 들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그의 화풍을 감상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제적인 면에서 어떻게 예술과 윤리적인 문제가 상충되는 가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제목에서도 보여지듯이, 이 그림은 에우로파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제우스라는 강력하며 권위적인 남신에 의해 납치되어 정복당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입니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사랑의 신 큐피드는 에우로파가 납치된 후 겪을 일을 은유적으로 암시하고 있으며, 질주하는 소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간신히 뿔을 잡고 넘어질듯한 모습으로 묘사된 에우로파 역시 마치 여인이 팔과 다리를 벌려 남자를 껴안은 듯한 모습으로 그려져,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다음 장면을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에우로파에게 있어서 두려움과 절망스러운 이 장면이 이토록 감각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는지는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이 그림을 살펴보는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