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민쥔 - 웃음시리즈
"내 작품 속 인물은 모두 바보 같다. 그들은 웃고 있지만 그 웃음 속에는 강요된 듯한 부자유스러움과 어색함이 숨어 있다. 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아무 생각도 없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표현한다. 이들은 곧 내 초상이자 친구의 모습이며 나아가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화면 가득 찬 핑크 빛 얼굴은 우리의 핑크 빛 미래에 대한 것이려나? 껄껄껄 호탕한 웃음소리가 당장이라도 캔버스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중화인민공화국 출신 회화 작가들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 기개와 패기에 잠식당하는 것만 같다. 그것이 아시아 국가 중에서 유독 중국 작가들이 서양에서 더 잘나가고 주목 받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오만 뻔뻔함과 넘치는 자신감에 사람들은 얼마나 현혹되는 것은 비단 아시아인 뿐이 아니라 전세계 공통일 것이다.
그 주체할 수 없는 패기 덕에 중국 작가들은 사회 비판적인 그림을 많이 그린다. 현실에서 말로는 할 수 없는 분노와 고통들을 방언처럼 캔버스에 쏟아낸다. 그 비판들은 냉혹한 현실에선 받아들여질 수 없을지언정 예술로써는 충분히 떠받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계속 붓을 쥐고 그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보여도, 사실은 얼마나 화가 났는가.
웨민쥔의 그림은 그러면 어떠한 분노인가?
절대 웃을 수 없는 이 사회에서 껄껄 웃는 사람들을 화면 가득히 그리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작품을 거듭하며 인물들의 표정은 점점 과장되게 되었다. 아무도 아니었던 인물들은 어느새 작가 자신이 되고 있었다. 냉혹한 사회를 향해 아무 말도 던지지 못하니, 약간은 체념으로, 또는 약간은 미쳐서 신나게 껄껄대는 모습은 그것이 진정한 웃음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순간 관람자의 얼굴은 당황으로 물들어 캔버스에서 애써 시선을 피하게 된다.
작가의 말처럼 그의 웃음 시리즈는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슬플 때 억지로 웃는 것만큼 또 슬픈 장면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