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기타

다비드 프리드리히 - 안개속의 방랑자

ㅅㄴㅐ 2015. 12. 15. 23:27




비가 오는 중일까? 하얀 구름이 하늘을 감싸고 불쑥불쑥 솟아오른 산봉우리에는 안개가 살며시 내려앉아 있다. 검은 코트에 지팡이까지 들고 있는 말쑥한 남자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초현실적이고 압도적인 자연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이 방랑자는 누구일까? 그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왜 여기에 서있을까? 관람자들은 그에 대해 유추하고 고민하며, 그를 계속해서 자신과 자신의 상황에 대입한다.


낭만주의자들은 지독한 현실에 염증을 느껴 자연으로의 회귀를 선택한다. 17세기에는 이성과 합리성이 지배하는 고전주의와 계몽주의가 지배하고 있던 시기였다. 하지만 비합리적인 정치체제와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 계속 드러나고 사람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믿음으로서 지탱하고 있었던 현실이 실제로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으며, 그 믿음으로 지탱되고 있었던 현실이 깨어짐에 따라 그들의 정신은 불신과 절망이 자리잡게 된다. 이러한 정신이 팽배함에, 사람들은 현실보다는 자연과 신앙에서 그들의 본질을 다시 찾고자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을 더 위대하게 이상적으로 상징적인 공간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잃어버린 신성한 무언가를 계속해서 갈망하고 정의하려는 것이 바로 낭만주의 사조의 핵심이다.


방랑자는 신비의 공간, 마치 신화처럼 묘사된 자연 앞에 서있다. 그는 무엇을 찾고 있다. 그는 지금이 지나면 곧 떠나갈 것이지만 자연은 영원토록 그곳에 남아있을 것이다.

 

너희들 조용한 별들아, 조용한 방랑자들아, 나는 너희들을 내 신성한 맹세의 증인으로 삼노라, 나는 마틸데를 위해 살고 싶다. 영원한 신의가 나의 마음을 그녀의 마음에 붙들어 매 줄 것이다. 나를 위해 또한 영원한 날의 아침이 밝아 오고 있다. 밤은 지나갔다. 나는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나 자신을 영원히 꺼지지 않는 제물로 바치련다.”

노발리스 <푸른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