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미의 여신 비너스를 그린 작품 중 아마도 가장 많은 언급과 관심을 받는 작품일 것입니다. 사실 그림 속 비너스의 몸은 해부학적으로는 정상적이지 못한 비율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녀의 긴 목과 대리석 같이 깨끗한 피부, 육감적인 몸은 당시의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아름다움 그 자체를 시각적으로 재현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너스와 관련된 조금은 다른 이야기,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비너스’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Debbie Han, Battle of Conception, 2010.
데비 한 작가가 만든 32개의 비너스 두상들 (Battle of Conception) 은 석고가 아닌 비색의 청자 빛깔을 내는 도자기로 만든 설치작품입니다. 마치 체스판의 말처럼 두편으로 나뉘어진 비너스 두상은 열맞춰 서로를 마주보고 있습니다. 두꺼운 입술, 날카로운 눈매, 매부리코, 튀어나온 광대뼈 등 각각의 비너스 두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얼굴이 아닌 다양하고 개성적인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처음 마주한다면, 이 새로운 비너스 두상들이 이상하고 기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 많은 인종들과 함께 그들만의 얼굴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밀로의 비너스 얼굴을 한 비너스 두상만을 고집하는 현실에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미술공부를 하기 위해서, 특히 드로잉 연습을 하기 위해 굳이 유럽인의 형상을 한 석고상을 그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꼭 우리는 아름다움을 말할 때 그리스 로마 여신인 비너스를 언급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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