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그림에 대해 논하기 전에 다른 그림을 한 번 보자.
위의 그림과 비슷한 점이 느껴지는가? 느낄 수 없다면 그림을 4분할이나 또는 더 작게 16분할 하여 각각의 요소요소를 살펴보라. 덩어리감이 같은 큐빅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그 큐빅들이 짜맞추어져서 새로운 형태로 바뀔 때, 당신은 비로소 피카소가 재창조한 들라크루아의 ‘알제의 여인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여인들이 입은 옷도 반짝반짝 빛난다. 그 빛들은 마치 실제의 것 같아서 눈을 행복하고 황홀하게 만든다. 빛에 일가견이 있었던 프랑스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는 북아메리카로 여행을 다녀온 뒤, 그 경험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부드러우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는 관객을 사로잡고 그림의 안으로 끌어들인다. 관객들은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다. 이 여자들은 누구일까? 어떤 관계일까?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제 이 이야기에서 몇 발짝 떨어져서 다시 피카소의 그림을 본다. 피카소는 들라크루아의 인물들을 조각조각 내고 다시 그것을 얼기설기 붙여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었다. 피카소는 이러한 작업에 심취하여 들라크루아 뿐만 아니라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모티브로 사용하여 이러한 시도를 계속 진행한다.
이러하게 다각도에서 대상을 분석하고 해체하여 그것을 다시 재조합한 사조를 큐비즘 (입체주의)라고 한다. 피카소의 이러한 시도는 미술사에 새 혁명을 불러왔다. 피카소의 이러한 재창조 아래, 기존의 들라크루아의 메타포들은 맥거핀으로 전락하고, 더 이상 그의 그림에 있었던 수수께끼들은 사라진다. 대신 그와 동시에 형태와 조각은 자체는 생명력을 부여 받는다. 기존의 것을 차용했지만, 고유의 의미가 사라지고 대신 새로운 가치를 얻는 순간이 우리가 새로운 예술을 만나고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이다.
'미술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존 헨리 푸셀리 - 악몽 (0) | 2015.12.18 |
---|---|
다비드 프리드리히 - 안개속의 방랑자 (0) | 2015.12.15 |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 - 가브리엘 단테 로제티 (0) | 2015.12.15 |
풍경 속의 젊은 기사 (0) | 2015.12.10 |
끝없는 수수께끼 - 살바도르 달리 (5) | 2015.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