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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4 7>, 왕비가 오필리아의 오빠 레어티스에게 그녀의 죽음을 알리는 장면입니다.

 

버드나무가 비스듬히 서 있는 시냇물가에 흰 잎새가 거울 같은 물 위에 비치고 있었다네. 그곳으로 그 애가 미나리아재비, 쐐기풀, 실국화, 그리고 음탕한 목동들은 상스런 이름으로 부르지만 청순한 처녀들은 죽은 사람의 손가락이라고 부르는 연자주색 난초 꽃으로 만든 이상한 화관을 쓰고 와서 늘어진 버들가지에 올라가 그 화관을 걸려고 했을 때 심술궂은 가지가 갑자기 부러져서 오필리아는 화관과 함께 흐느끼는 시냇물 속에 빠지고 말았어. 그러자 옷자락이 활짝 퍼져 인어처럼 잠시 수면에 떠있으면서 오필리아는 늘 부르던 찬송가를 부르더래. 마치 자신의 불행을 모르는 사람처럼, 아니 물에서 나서 물에서 자란 사람처럼 말이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고 마침내 옷자락에 물이 배어 무거워져 아름다운 노래도 끊어지고 그 가엾은 것이 시냇물 진흙 바닥에 휘말려 들어가 죽고 말았다네.

 

젊고 아름다운 여인 오필리아는 아버지가 연인 햄릿에게 살해당하자 실성하여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합니다.

 

         19세기 중엽 영국에서 활동한 라파엘 전파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는 오필리아의 마지막을 청초하고 극적이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밀레이의 치밀한 풍경 묘사와 시적인 감수성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을 살아가는 오필리아에게, 그녀가 설령 섬뜩하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고 있을지라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숭고한 생명력을 불어 넣어줍니다.

 

         버드나무는 버림받은 사랑을 뜻한다고 합니다. 소설 속 등장하는 여러 상징들처럼, 밀레이는 그의 작품에 다양한 의미를 담은 꽃들을 등장시켰습니다. 고통을 뜻하는 쐐기풀, 순수한 데이지, 허무한 사랑을 나타내는 팬지와 죽음을 상징하는 붉은 양귀비가 오필리아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슬픈 꽃말이지만, 밝고 사랑스럽기만 한 꽃잎들처럼.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이야기 속 비극이 가진 또 다른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1782 영국 왕실 아카데미의 전시회, 점의 그림을 둘러싸고 사람들은 수군거립니다.


" 이런 끔찍한 그림이!"

"무섭지만 눈을 수가 없군"

"세상에나, 오늘 당장이라도 악몽을 것만 같은 작품이야."


경악과 공포가 차례 전시장을 휩쓸고 지나가자 이유를 없는 음산함만이 남습니다. 


작품은 헨리 푸셀리(John Henry Fuseli) 작품 '악몽(nightmare)' 입니다.

어두운 방안, 검붉은 커튼 뒤에서 하얀 눈을 크게 창백한 말이 잠든 그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살짝 벌어진 주둥이 사이로 뜨거운 입김을 내뱉을 것만 같습니다. 잔뜩 경직된 여성의 위에는 원숭이를 닮은 기괴한 생명체가 앉아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끔찍한 꿈을 선물하는 악마라도 되는 , 섬뜩함을 자아냅니다. 분명 그들은 밤을 틈타 홀로 잠든 그녀에게 찾아온 '악몽' 것입니다. 

헨리 푸셀리의 '악몽' 그려내고 있는 장면은 바로크, 로코코 미술의 부흥기를 거쳐 18세기 등장하게 낭만주의 에로티시즘의 일부분입니다. 동시에 작가의 대표작이도 합니다. 그가 일생 이와 똑같은 주제로 다양한 구도의 다른 작품을 여러 차례 그려냈을 정도로, '악몽' 푸셀리에게 명성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가 소재로 사용한 원숭이 모습의 악마는 스칸디나비안 신화에 등장하는 악령, '마라(mara)'입니다. 무의식 세계와 성적 이상의 관계를 다룬 프로이트 철학을 통해 작품을 재조명한 비평가들은 악령을 꿈속에 나타나 여성의 몸을 강제적으로 탐하는 악마 '인큐버스(incubus)' 해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푸셀리는 연모하던 여성에게 청혼을 거절당한 얼마 되지 않아 작품을 완성했다고 하니, 그림 악마에게 작가 본인의 욕망을 투영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시대의 '낭만주의' 현대에서 사용되는 '낭만' 뜻과는 달리 결코 아름답고 달콤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악마적이며, 비현실적인 환영을 반영했으며,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가진 어두운 부분을 장식하는 낭만입니다. 

도덕과 계몽시대를 이끌었던 이성에 대항하여 본능적이고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낭만주의 화가들.

지금도 푸셀리의 작품 속에선 악몽에 시달리는 소녀의 가냘픈 신음이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비가 오는 중일까? 하얀 구름이 하늘을 감싸고 불쑥불쑥 솟아오른 산봉우리에는 안개가 살며시 내려앉아 있다. 검은 코트에 지팡이까지 들고 있는 말쑥한 남자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초현실적이고 압도적인 자연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이 방랑자는 누구일까? 그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왜 여기에 서있을까? 관람자들은 그에 대해 유추하고 고민하며, 그를 계속해서 자신과 자신의 상황에 대입한다.


낭만주의자들은 지독한 현실에 염증을 느껴 자연으로의 회귀를 선택한다. 17세기에는 이성과 합리성이 지배하는 고전주의와 계몽주의가 지배하고 있던 시기였다. 하지만 비합리적인 정치체제와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 계속 드러나고 사람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믿음으로서 지탱하고 있었던 현실이 실제로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으며, 그 믿음으로 지탱되고 있었던 현실이 깨어짐에 따라 그들의 정신은 불신과 절망이 자리잡게 된다. 이러한 정신이 팽배함에, 사람들은 현실보다는 자연과 신앙에서 그들의 본질을 다시 찾고자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을 더 위대하게 이상적으로 상징적인 공간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잃어버린 신성한 무언가를 계속해서 갈망하고 정의하려는 것이 바로 낭만주의 사조의 핵심이다.


방랑자는 신비의 공간, 마치 신화처럼 묘사된 자연 앞에 서있다. 그는 무엇을 찾고 있다. 그는 지금이 지나면 곧 떠나갈 것이지만 자연은 영원토록 그곳에 남아있을 것이다.

 

너희들 조용한 별들아, 조용한 방랑자들아, 나는 너희들을 내 신성한 맹세의 증인으로 삼노라, 나는 마틸데를 위해 살고 싶다. 영원한 신의가 나의 마음을 그녀의 마음에 붙들어 매 줄 것이다. 나를 위해 또한 영원한 날의 아침이 밝아 오고 있다. 밤은 지나갔다. 나는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나 자신을 영원히 꺼지지 않는 제물로 바치련다.”

노발리스 <푸른꽃>








먼저 이 그림에 대해 논하기 전에 다른 그림을 한 번 보자.









위의 그림과 비슷한 점이 느껴지는가? 느낄 수 없다면 그림을 4분할이나 또는 더 작게 16분할 하여 각각의 요소요소를 살펴보라. 덩어리감이 같은 큐빅들이 보이기 시작하며 그 큐빅들이 짜맞추어져서 새로운 형태로 바뀔 때, 당신은 비로소 피카소가 재창조한 들라크루아의 알제의 여인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여인들이 입은 옷도 반짝반짝 빛난다. 그 빛들은 마치 실제의 것 같아서 눈을 행복하고 황홀하게 만든다. 빛에 일가견이 있었던 프랑스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는 북아메리카로 여행을 다녀온 뒤, 그 경험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부드러우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는 관객을 사로잡고 그림의 안으로 끌어들인다. 관객들은 자연스레 생각하게 된다. 이 여자들은 누구일까? 어떤 관계일까?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제 이 이야기에서 몇 발짝 떨어져서 다시 피카소의 그림을 본다. 피카소는 들라크루아의 인물들을 조각조각 내고 다시 그것을 얼기설기 붙여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었다. 피카소는 이러한 작업에 심취하여 들라크루아 뿐만 아니라 다른 화가들의 작품을 모티브로 사용하여 이러한 시도를 계속 진행한다.

이러하게 다각도에서 대상을 분석하고 해체하여 그것을 다시 재조합한 사조를 큐비즘 (입체주의)라고 한다. 피카소의 이러한 시도는 미술사에 새 혁명을 불러왔다. 피카소의 이러한 재창조 아래, 기존의 들라크루아의 메타포들은 맥거핀으로 전락하고, 더 이상 그의 그림에 있었던 수수께끼들은 사라진다. 대신 그와 동시에 형태와 조각은 자체는 생명력을 부여 받는다. 기존의 것을 차용했지만, 고유의 의미가 사라지고 대신 새로운 가치를 얻는 순간이 우리가 새로운 예술을 만나고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이다.

 

 

프란체스크 다 리미니’ 1914년 리카르드 잔도나이라는 사람에 의해 발표된 20세기 오페라입니다. 이탈리아 동부의 리미니라는 지역에서 전설로 구전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프란체스카는 교황파와 황제파의 정치적 싸움에 희생된 여성입니다.

 

이 프란체스카의 이야기는 단테신곡에 의해 예술적 테마로 승격됩니다. 단테는 지옥편에서 돌풍 속을 떠다니며 영원히 땅을 밟지 못하는 형벌을 받은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를 만나게 됩니다. 선해 보이는 이 젊은 커플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질문을 했습니다.

 

이탈리아 폴렌타의 귀도 가문의 딸 프란체스카는 정략결혼을 해야했습니다. 배우자는 리미니의 말라테스타 가문을 이을 잔초토였는데 잔초토는 흉측한 외모의 절름발이였습니다. 신랑의 외모를 알게되면 프란체스카가 결혼을 거절할 것이라 생각해 신랑 측은 잘생긴 동생 파올로를 보내 구혼했고, 프란체스카는 결혼 이후 자신이 속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첫눈에 반한 사람이 결국 자신의 시동생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서로가 첫눈에 반한 형수와 시동생은 사랑에 빠졌고, 이 잔인한 운명은 사랑의 죄악으로 이끌었습니다. 형수를 마음에 두고 있던 막내 시동생 말라테스티노가 큰형에게 두 사람 사이를 고자질해 두 연인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가브리엘 단테 로제티의 이 그림은 파올로와 프란체스카가 서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를 그리고 있습니다. 허락되지 않는 사랑이어서인지 더욱 격정적으로 느껴집니다. 꼭 붙잡은 손과 열정적인 키스에서 그들의 사랑이 잘 느껴집니다.

 

가브리엘 단테 로제티는 1848년 영국 왕립 아카데미에 재학 중 두 친구와 함께 라파엘 전파를 만들었습니다. 이탈리아 초기 미술의 성실함과 소박함으로 돌아가려 했던 이 운동은 시적 정취와 로맨틱한 정서를 좇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 스스로가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었던 남자인 만큼 이 그림에는 로맨틱한 화풍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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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기사가 서있습니다. 색감도 뚜렷하고 굉장히 사실적으로 보이는 그림입니다. 그림을 그린 비토르 카르파쵸는 사실 삶의 궤적이 뚜렷하게 남아있지 않습니다. 다만 르네상스 초기 베네치아의 화가로 종교화를 주로 그렸습니다. 특히 아름답고 화려한 건물과 풍경을 주로 그렸는데, 결과적으로 베네치아에서 가장 뛰어난 ‘베두타(Veduta) , 사실적인 풍경화가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전원적인 오솔길에 앳된 기사가 서있는 그림은 1935년에 거물 컬렉터 오토 칸이 사망하면서 구입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티센 보르네미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유럽 회회 역사에 있어서 전신 초상화로서는 가장 초기 작품 하나인 그림은 그림 곳곳 수수께끼 같은 단서가 숨겨져 있습니다. 작품 왼편에 하얀 족제비가 있고 근처에 쪽지가 하나 보이시나요? 쪽지에는"Malo mori quam foedari (명예를 더럽히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다)" 라는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이것은 이 젊은 기사가 1488년 르네상스 시대에 밀라노를 지배한 가문  루도비코 스포르차가 만든 흰족제비 기사단의 일원임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기사의 정체에 대해 우르비노의 세번째 공작인 프란체스코 마리아 델라 로베레라고 주장하는 학설도 있습니다. 기사의 몽환적인 표정만큼이나 신비로운 것이 그의 정체인가 봅니다.

 

화려한 색채로 세세하게 묘사된 꽃과 동물, 그리고 기사의 칼과 갑옷은 당시 베네치아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성녀 우르슬라의 꿈' '성 스테파노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Endless Enigma, 끝없는 수수께끼로 번역되는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이다.

위로 기묘하게 솟아오른 콧수염에 신경질적인 표정, 믿을 수 없는 패션 센스까지, 달리는 그 자체로 수수께끼인 남자였다. 잔뜩 찡그린 얼굴, 익살맞은 얼굴, 심술궂은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그의 시선을 보고 있노라면 이 사람 정상인 맞지..? 하고 한번은 생각해 볼 법하고, 그가 유명한 예술가라는 걸 알았을 때에나 그럼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그의 그림을 보노라면 그의 기묘함은 더 심화된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는 그의 붓 앞에 무너지며, 물체가 가지고 있었던 고유의 의미들은 너무나 덧없이 사라진다. 어떠한 의미일지 종잡을 수 없는 그의 기묘한 이미지와 메시지들은 오히려 사람들을 이끌고 매료하는 구석이 있다.

그의 그림들을 수르 리얼리즘 초현실주의- 이라고 일컫는다. 시인, 작가, 화가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전개된 이 사조는 이성의 지배를 받지 않는 공상과 환상의 세계를 표현하고 재현하는 데에 큰 의미를 둔다. 그 때까지 논의되지 않았던 꿈의 세계, 무의식에 대한 세계의 탐구가 이성으로 지배되고 있었던 합리의 세계에 드디어 위상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이 기묘한 그림엔 수수께끼가 숨어있다. 한번 손수 찾아보시라. 이것은 하나의 모호한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여러 이야기가 잠들어 있으며 그걸 스스로 찾는 것이 수수께끼이며 그건 관객의 몫이다. 누워 있는 사람과 사냥개, 사람 얼굴, 정물화, 신화이야기, 그리고 그물을 손질하는 소녀의 뒷모습. 더 있을 수도 있다.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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