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미국의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 <물에 빠진 소녀(drowning girl)>입니다. 이 초기 대표작을 통해 무명의 리히텐슈타인은 세계적인 스타작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리히텐슈타인은 만화의 강렬한 메세지와 표현력에 매료되어 그의 회화에 만화의 형식을 차용했습니다. 이 그림에서도 드러나듯 리히텐슈타인은 단순한 형태와 뚜렷한 윤곽, 인쇄로 인한 점의 표현 등 만화의 속성을 완벽히 차용하고 그 크기를 확대하여 약 2m의 정사각 캔버스에 표현하였습니다. 원작 만화 '사랑을 갈구하다(Run for Love)'의 한 컷을 차용하고 재구성하여 상황의 급박함을 표현하였습니다. 말풍선을 통해 "상관없어! 브래드에게 살려달라고 하느니 차라리 빠져 죽겠어!"라고 하는 한편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여성은 꼭 브래드의 도움이 필요한 것만 같습니다. 인당수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심청... 과연 스스로의 선택을 확신할 수 있었을까요? 배를 타고 가며, 파도에 몸을 던지고 나서도 끊임없이 갈등하고 상황의 전환을 바라지는 않았을까요?

 

리히텐슈타인은 대한민국에서는 <행복한 눈물>이라는 작품으로 더욱 유명해진 작가입니다. 당시 행복한 눈물의 공식 감정가가 86억원이라는 거액이라는 사실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권위적인 순수회화의 대중화, 저급 예술과 고급 예술의 경계 허물기'를 표방하는 팝 아티스트의 작품들이 거액에 거래되는 역설도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앤디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팝 아티스트들은 생전에 이미 스타성을 얻고 고가에 작품을 거래하였습니다. 스스로를 기계에 비유하고 작업실을 'Factory'라 명명한 앤디워홀과 기계적인 작업을 강조하며 작품활동을 한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자신의 천정부지로 오르는 자신의 작품 가격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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